내가 좋아하는 짤들
초대
당신이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고,
자신의 가슴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꿈을 간직하고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당신이 몇 살인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다만 당신이 사랑을 위해
진정으로 살아 있기 위해
주위로부터 비난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알고 싶다.
어떤 행성 주위를 당신이 돌고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슬픔의 중심에 가닿은 적이 있는가
삶으로부터 배반당한 경험이 있는가
그래서 잔뜩 움츠러든 적이 있는가
또한 앞으로 받을 더 많은 상처 때문에
마음을 닫은 적이 있는가 알고 싶다.
나의 것이든 당신 자신의 것이든
당신이 기쁨과 함께할 수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미친 듯이 춤출 수 있고,
그 환희로 손가락 끝과 발가락 끝까지 채울 수 있는가
당신 자신이나 나에게 조심하라고, 현실적이 되라고,
인간의 품위를 잃지 말라고
주의를 주지 않고서 그렇게 할 수 있는가.
당신의 이야기가 진실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자기 자신에게는 진실할 수 있는가
배신했다는 주위의 비난을 견디더라도
자신의 영혼을 배신하지 않을 수 있는가 알고 싶다.
어떤 것이 예쁘지 않더라도 당신이
그것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가
그것이 거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더 큰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당신이 누구를 알고 있고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당신이 슬픔과 절망의 밤을 지샌 뒤
지치고 뼛속까지 멍든 밤이 지난 뒤
자리를 떨치고 일어날 수 있는가 알고 싶다.
나와 함께 불길의 한가운데 서 있어도
위축되지 않을 수 있는가
모든 것이 떨어져 나가더라도
내면으로부터 무엇이 당신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가
그리고 당신이 자기 자신과 홀로 있을 수 있는가
고독한 순간에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을
진정으로 좋아할 수 있는가 알고 싶다.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10년 전쯤이었을까.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본 이후, 이 글은 내게 가장 깊은 자국을 남긴 글이 되어버렸다. 감동이 오래도록 남아 (그 당시) 텀블러 블로그에 옮겨 적어두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블로그는 사라졌고 나 역시 이 글을 잊고 살아왔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문득, 이 글을 다시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끊임없이 헤매듯 찾아다녔는데, 어제 수영장을 가기 전, 갑자기 '도서관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별다른 계획 없이 도서관에 들렀고, 무심코 한국 책 섹션 앞에 서게 되었다. 그때 류시화의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책의 첫 장을 펼쳤는데, 믿을 수 없게도… 그렇게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바로 이 글이 눈앞에 있었다.
순간, 머리칼이 쭈뼛 서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살다가보면 이런 운명의 장난같은 순간들이 있다.
Ready?
깊이 공감되는 문장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진짜’ 그 크리스천의 삶을 사는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연대감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몸소 체험했다는 끌어당김의 법칙은 내가 직접 운전대를 잡고 원하는 목적지를 향해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것을 알려준다. 그 목적지가 내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에 모든 것이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반면, 크리스천의 삶은 GPS가 장착된 자율주행차 뒷자석에 올라타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도, 가장 이상적인 목적지로 인도받는 삶이다. 그리고 뒷자리에 앉아 있으니, 달리는 차창 밖 풍경을 여유 있게 바라볼 수 있어 마음이 자꾸 몽글몽글해진다라는 특징이 있다.
때로는 내가 원하는 목적지를 입력할 수도 있다. 그 길이 정말 나에게 좋은 길이라면 자율주행차는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아니라면 조용히 방향을 틀어 더 나은 길로 움직인다.
이건 내가 인생에서 깨달은 가장 유레카 같은 발견 중 하나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라도 꼭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정작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종류의 현상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결국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만 믿고, 듣고 싶은 만큼만 듣기 때문에 더더욱.
그저 내가 바라는 건, 회색의 공허 속에 갇힌 누군가가 있다면 이런 삶의 방식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어딘가엔 분명히 빛이 존재한다는 걸 조용히 전해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박소은 - 너는 나의 문학
"새로울 것도 하나 없는 이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사랑이란 단어는 또 얼마나 지겨워져 가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너도 나를 사랑해달라고 말하면서도, 사랑이라는 게 뭔지 나는 종종 잘 모르겠단 거다. 사랑이라는 단어의 유래를 찾아봤지만, 오래된 것들 중 확실한 건 없잖아. 그래서 나는 사랑한다는 말 대신 다른 말을 내것들에게 내어주기로 했다. '너는 나의 문학이야'라고 그렇게 말하기로 했다."
조수용이 말하는 일의 감각
"저 같은 경우에는 누구를 보더라도 그 사람에게 굉장히 선한 의지를 가진 엄청난 힘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거든요 그렇게 믿는 게 저는 무조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어차피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누군가랑 관계를 맺는다라고 하면 누군가와 경계심을 가지고 벽을 치는 관계로는 어떤 경우에도 큰 일을 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의 가능성을 보는 게 그 기회의 씨앗이라고 저는 보는데요. 그렇게 되려면 제일 첫 시작이 나에 대한 애정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 자체가 좀 괜찮다고 보냐, 그냥 자려고 누웠을 때 '나라는 애 나름 괜찮은 것 같은데?' 그게 약간 자만심하고는 다른 건데 거꾸로 말하면 '나는 좀 별로다' '나라는 사람 너무 하찮다'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된다는 거거든요.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불쑥불쑥 던지는 말들이 그다지 상처가 되지 않게 되거든요. '그럴 수도 있지' 그 정도로 내 마음의 여유가 생기게 되면 내가 다른 사람을 볼 때도 여유가 생기는 거예요. 그냥 무조건 사람들한테 착하게 하고 사람들을 사랑하려고 하고 이런 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데 나에 대해서 좀 너그러워지면 그 수치만큼 다른 사람에 대해서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나에 대한 관심의 정도를 계속 높여가는 게 궁극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벽을 안 치게 되는 시작점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내가 나를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누군가가 나를 좋게 봐줘도 안 좋게 들려요. '놀리는 건가?' 이렇게 돼요 진짜로. 그래서 내가 나를 좀 애정 있게 바라보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시 ‘방문객’
‘연애를 시작하면 한 여자의 취향과 지식, 그리고 많은 것이 함께 온다.
그녀가 좋아하는 식당과 먹어본 적 없는 이국적인 요리. 처음듣는 유럽의 어느 여가수나 선댄스의 영화. 그런걸 나는 알게된다. 그녀는 달리기 거리를 재 주는 새로 나온 앱이나 히키코모리 고교생에 관한 만화책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녀는 화분을 기를지도 모르고, 간단한 요리를 뚝딱 만들어 먹는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주 많은 나라를 여행해 보았거나 혹은 그녀의 아버지 때문에 의외로 송어를 낚는 법을 알고 있을수도 있다. 대학때 롯데리아에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까닭에 프렌치후라이를 어떻게 튀기는지 알고 있을수도 있다,
그녀는 가족이 있다. 그녀의 직장에, 학교에는 내가 모르는 동료와 친구들이 있다. 나라면 만날 수 없었을, 혹은 애초 서로 관심이 없었을 사람들. 나는 그들의 근황과 인상, 이상한 점을 건너서 전해듣거나, 이따금은 어색하나마 유쾌한 식사자리에서 만나게 되기도 한다. 나는 또 다른 종류의 사람들을 엿보게 된다.
그녀는 아픈 데가 있을수도 있다.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을수도 있다. 특정한 부분에 콤플렉스가 있을수도 있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부모님과 갈등을 겪고 있을수도 있다. 그건 내가 잘 모르는 형태의 고통이다. 그러나 그건 분명 심각한 방식으로 사람을 위협한다.
그녀의 믿음 속에서 삶이란 그냥 잠시 지속되었다가 사라지는 반딧불의 빛 같은 것일 수도, 혹은 신의 시험이자 선물일 수도 있다. 혹은 그런 고민을 할 여유가 없는것이 삶 자체라고, 그녀는 피로에 지쳐 있을 수도 있다.
요컨대 한 여자는 한 남자에게 세상의 새로운 절반을 가져온다. 한 사람의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편협하기 때문에 세상의 아주 일부분 밖에는 볼수 없다. 인간은 두 가지 종교적 신념을 동시에 믿거나, 일곱 가지 장르의 음악에 동시에 매혹될 수 없는 것이다.
친구와 동료도 세상의 다른 조각들을 건네주지만, 연인과 배우자가 가져오는건 온전한 세계의 반쪽. 에 가깝다. 그건 너무 커다랗고 완결되어 있어서 완전하게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녀가 가져오는 세상 때문에 나는 조금 더 다양하고 조금 덜 편협한 인간이 된다.
실연은 그래서 그 세상 하나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연인이 사라진 마음의 풍경은 그래서 을씨년스럽지만 그래도 그 밀물이 남기고 거대한 빈공간에는 조개껍질 같은 흔적들이 남는다. 나는 혼자 그 식당을 다시 찾아가보기도 하고, 선댄스의 감독이 마침내 헐리웃에서 장편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기도 한다. 그런 것을 이따금 발견하고 주워 들여다보는 것은 다분히 실없지만, 아름다운 짓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그러한 실연이 없는 관계- 결혼 생활이 시작된다면 그 모든 절반의 세계는 점차 단단히 나의 세계로 스며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건 굉장히 이상하고 기묘한 일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 세계의 리스트에는 그녀가 가져온 좋은것과 문제점 모두가 포함된다. 그건 혜택과 책임으로 복잡하게 얽힌 대차대조표라서 어차피 득실을 따지기가 어렵다.
세월이 감에 따라 그녀가 최초에 나에게 가져왔던 섬세한 풍경들의 윤곽, 디테일한 소품들은 생활이라는 것에 차차 -혹독히- 침식되겠지만, 그 기본적인 구성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들은 여전히 나와 몹시 다르고, 다양해서- 이따금 경이로울 것이다.
한 사람이 오는건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오는 것,이라는 말을 웬 광고판에서 본 적이 있다. 왜 아침에 그 문구가 생각났을까. 아무튼 사람을, 연인을 곁에 두기로 하는 것은 그래서, 무척이나 거대한 결심이다.’
/류호진 피디
심야식당 오프닝씬
습한 저녁을 수놓는 제각각 크기의 알록달록한 네온사인들.
철컹철컹, 도심의 리듬을 더하는 전철 소리.
”오와타이 쿠다사이! 띵똥—! 띵똥—!” 울려퍼지는 상냥한 신호등 안내음.
교차로를 가득 메운 인파와 규칙적으로 오가는 차량들.
신호가 바뀌면 일제히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분주하게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검은 정장의 직장인들.
갸루 화장을 한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미니스커트 무리.
”에?!!!!” 애니메이션에서 볼법한 리액션으로 웃고 떠드는 고등학생 무리.
한 걸음 비켜나면,
좁은 골목길에 자리한 작은 이자카야와 라멘집.
고즈넉한 오코노미야키 가게들.
어디선가 희미하게 또롱또롱 들려오는 후우링소리.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게 창문.
소곤소곤 나누는 대화.
노란 등을 밝힌 포장마차.
자동판매기에서 음료를 뽑아 마시는 사람.
조용히 벤치에 앉아 밤거리를 바라보는 연인.
담장 위를 조용히 걷는 길고양이 한 마리.
이 화려함과 고즈넉함이 공존하는 도쿄의 밤을 나는 애정해 마지 않는다.
어떤 필연은 직조돼 있다
이민휘 음악감독 인터뷰 中
타이틀 곡이라 할 수 있는 '우린 어쩌다'는 포크, 재즈, 챔버 팝 등 다양한 요소가 녹아들어간 근사한 곡입니다. 어떻게 만드셨고 가사에서 가장 신경 쓰신 지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 곡이 '박하경 여행기' OST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이 곡은 원래 뒤에 나오는 에피소드에 나오게 될 줄은 몰랐고, 만들 때는 3화에만 쓰일 거라고 생각했던 곡인데요, 그 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운명적인 마주침이 계속 나오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모든 상황이나 사람이 어떤 그런 운명적인 면이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모든 인연이 필연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런 세계관이 은연 중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세상에 사람이 너무 많은데, 수많은 확률 중에 어떤 필연이 직조돼 있고, 그래서 우리가 만나게 된 것이 더욱 아름답고 놀라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송소희 - Not a Dream
몽골로 여행을 가게 된다면 광활한 자연을 마주하며 듣고 싶은 곡.
호밀밭의 파수꾼
‘그건 그렇다 치고,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이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 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소리를 내지 않고 울었지만, 정말 울었던 것이다. 내가 울기 시작하자 피비는 깜짝 놀랐다. 나한테 와서 눈물을 멈추게 하려고 애를 써보았지만, 눈물이란 건 한번 나왔다 하면 그렇게 간단히 멎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난 침대에 앉아서 계속 울고 있었다. 피비는 내 목에 팔을 둘렀고, 나도 피비를 끌어안았다. 한참 동안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이러다가는 숨이 막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비는 그런 나 때문에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창문이 한 군데 열려 있었고, 난 피비의 몸이 떨리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애는 잠옷만 입고 있었다. 난 피비를 침대에 다시 눞히려고 해보았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울음을 그치기는 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다.’
‘지금 네가 떨어지고 있는 타락은, 일반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좀 특별한 것처럼 보인다. 그건 정말 무서운 거라고 할 수 있어. 사람이 타락할 때는 본인이 느끼지 못할 수도 있고, 자신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거야. 끝도없이 계속해서 타락하게 되는 거지.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인생의 어느 순간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환경이 줄 수 없는 어떤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네가 그런 경우에 속하는 거지.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찾을 수 없다고 그냥 생각해 버리는 거야. 그러고는 단념하지. 실제로 찾으려는 노력도 해보지 않고, 그냥 단념해 버리는 거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니?’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이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란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명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Vires acquirit eundo
( 라틴어 ) 나아감으로써 힘을 얻는다
냉정과 열정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너무 많이 봐서 몇 번이나 봤는지 셀 수 없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사촌언니와 함께 스페인 세비야에서 피렌체로 떠나기 전날 저녁,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와인과 살라미를 먹으며 영화를 봤던 때다.
어스름한 불빛 아래, 한껏 분위기에 취해 셀카를 찍으며 영화를 즐기던 그 시간이 지금도 또렷하게 떠오른다.
불안의 서
‘완성을 미루고만 있는 우리의 작품이 형편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예 시작하지도 않은 작품은 그보다 더 형편없다. 무엇인가를 만든다면 적어도 남아는 있게 된다. 초라하지만 그래도 존재한다.’ 29p
‘한뼘씩 한뼘씩 원래 내 것이던 내면의 땅을 정복했다.’ 30p
왕가위 영화
무쌍시절의 금성무와 왕가위감독의 조합… 크
백범 김구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다.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
‘거칠게 말할수록 거칠어지고, 음란하게 말할 수록 음란 해지며, 사납게 말할수록 사나워진다.’
‘산고를 겪어야 새 생명이 태어나고, 꽃샘추위를 겪어야 봄이 오며, 어둠이 지나야 새벽이 온다.’
‘칭찬에 익숙하면 비난에 마음이 흔들리고, 대접에 익숙하면 푸대접에 마음이 상한다.
문제는 익숙해져서 길들여진 내 마음이다.’
‘갈 만큼 갔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얼마나 더 갈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얼마나 더 참을 수 있는지 누구도 모른다.’
‘지옥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미워하면 된다.
천국을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면 된다.
모든 것이 다 가까이에서 시작된다.’
박하경 여행기
“19세기 말 프랑스에서는 갑자기 떠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직장도 가정도 버리고 심지어 자기 자신도 잊은 채 여행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둔주', '보행성 자동증', '방랑벽' 등으로 불린 이 증세는
마치 유행병처럼 유럽 곳곳에 번졌고
정신없이 길을 떠난 이들은 '미치광이 여행자'로 불렸다.
그들은 과연 미쳐서 여행을 떠난 걸까?
그대로 살다가는 미쳐 버릴 것 같아서 떠난 게 아닐까?”
“미치광이 여행자들은 20세기가 되자마자 돌연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갑자기 모두들 병이 나았던 걸까?
애초에 그런 병이 존재하기는 했던 걸까?
인류가 생긴 이래 떠돌이야 언제나 어디에나 있었겠지.
문제는 항상 다른 어떤 곳을 원하고
다른 어떤 곳에 가서도
또 다른 어떤 곳을 원한다는 것이다.”
짙은
사람마다 고유의 에너지가 있고, 그에 따라 각자의 주파수가 존재한다고 한다. 나는 나에게 맞는 주파수를 알아보는 방법으로 ‘첫 느낌’을 살핀다. 마음에 형광등이 켜지듯 환해지는지 아닌지를.
나와 닮은 음악 중 하나는 짙은의 음악이다. 처음 그의 음악을 들은 건 고등학생 때였고, 그 이후로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며 내 주위를 맴돌았다.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꽤 든든한 일. 오늘처럼 기분이 꿀꿀한 날이면 요가 매트에 누워 작은 뱅앤올룹슨 스피커를 켜고, 이 플레이리스트를 크게 틀어놓는다. 그리고 눈을 감고, 짙은의 세계로 접속한다.
백여 권의 자기 계발서 요약
“고정 마인드셋” 보다는 “성장 마인드셋”을 품는 것.
삶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된다”의 여정이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배우자.
“된다”는 것은 끊임없는 변화를 의미한다 (완벽주의는 버리자).
“조금 더 나은”이 “최고”가 되는 지점이 바로 우리가 지향하는 지점이다.
“왜?”라는 질문은 모든 행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왜?”는 우리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인생 꿀팁’ 과잉시대에
나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는데에 도움이 된다.
그렇게 계속해서 “왜?”를 묻다보면 하나의 궁극적인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내 삶의 목적이 무엇이지?”.
행복이 가장 일반적인 대답일 수 있으나 많은 저자들은 “의미있는 삶”을 추천한다.
“의미있는 삶”은 늘 행복하거나 즐겁지는 않다. 하지만, 더 만족스럽다.
그리고 종종 다른 사람들을 돕거나 사회적 관계를 쌓고,
나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에 기여하는 일을 동반한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사실은, 의미가 있는 동시에 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라는 것.
Side Note:
순전히 더 큰 쾌락을 누리기 위해 자기 계발을 하고 있다면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쾌락의 욕구는 끝없이 커지기 때문에 이를 쫓는다는 건 불만족과 불행으로 향하는 길이다.
인간은 새로운 즐거움에 빠르게 적응하므로, 만족감은 영원하지 않고, 끝없는 추구로 이어진다.
우리에게 이로운 일들은 대체로 그 순간에는 하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보면 유익한 것들이다.
운동, 공부, 몰입, 야채먹기 등 어려운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힘든 일을 먼저하면 즐거움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된다.
우리를 너무 빠르게 기분좋게 만드는 것은 대체로 해로우며 자연적 행동이 아니다.
어려울수록 시작이 힘들지만 습관화를 함으로써 이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디태치먼트
“거짓을 믿기 위해선 잘못을 알아야 해. 예를 들어보자 행복해지기 위해선 예뻐져야 해. 성형수술이 필요하고 날씬하고, 유명하고 패션감각도 필요해.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을 창녀라고 불러 더러운 걸레라고 해. 엿같고 재수 없다 하지. 진짜처럼 말하지만 거짓이야. 하루는 24시간이고 삶의 대부분을 죽도록 일하다가 끝마칠 거야.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하고 무뎌지는 것과 싸우기 위해서 배우는거야. 상상력을 자극하고 의식과 신념을 발전시키기 위해 이 모든 기술이 필요하지. 우리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
“사람들은 누구나 문제가 있어요.
저녁엔 집에서 고민하고 낮엔 일터에서 생각하죠. 누구도 도와줄 수 없어요.
그것은 마치 밀려드는 바다 한 가운데 혼자 표류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에요.”
”더 이상은 안되겠어요.”
”힘내, 네가 최고야. 이 직업의 가장 나쁜 점은 누구도 고마워 하지 않는다는 거야.”
”맞아요.”
”그래, 내가 여기서 고맙다고 할게. 아무도 널 대신할 수 없어. 안 그래?”
”에드가 앨런 포는 100년도 전에 ‘어셔가의 몰락’애서 이런 내용을 썼다.
'지루하고 어둡고 조용한 그 해 가을,
구름이 천국에서 낮고 우울하게 흐를 때.
말을 타고 기묘하게 두려운 시골길을 지났다.
우울한 어셔가의 저택을 보며
저녁 이슬의 그림자같은 자신을 발견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저택을 보자 우울함이 내 영혼을 사로잡았다.
나는 그곳의 피 흘리는 벽과 단순한 풍경을 보았다.
나의 우울과 영혼과 썩어버린 나무를 보았다.
그것은 구역질 나는 마음의 냉정함이었다.”
인생 영화 중 하나인 디태치먼트.
마음이라는 냉장고에 무심함과 냉소라는 성에가 끼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신경 써야 한다.
그 성에를 녹이는 건 결국 ‘사랑’이라는 마음.
언젠간 서로의 마음을 지켜주는 유행이 세상에 퍼지길. 이제 그만 좀 미워하고.
윤명환 - 집
“집은 기다리네 먼 옛날부터 기다린다는 약속도 없이. 빛바랜 담 위엔 내 아픈 상처가 겹겹이 숨어있지. 수 많은 체념들이 여기서 또 다시 반복하고. 집은 내게 웃기만 하네. 아무 일 없다고. 이제는 떠나야지. 내겐 또 하나의 집이 이제는 필요하니까.”
개그맨 문상훈이 진행하는 유튜브 코너 ‘오지않는 당신을 기다리며’에서,
그는 배우 전소니에게 CD 플레이어와 포스트카드 한 장을 선물한다.
그 카드에 적혀 있던 예쁜 문장들 중 특히 눈에 띈 이 가사.
오래된 노래다보니 인터넷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어 문상훈이 직접 들으며 적었다고 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최고의 순간이란 아름다운 것들을 아름답다 말할 수 있는 그 순간이다”
어린시절 시골 할머니네 집에서 보낸 여름방학의 공기가 문득 그리워질 때, 어김없이 다시 찾게 되는 영화.
그 안에 담긴 햇살과 바람, 그리고 잔잔한 기운이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그리스인 조르바
‘세상 만물은 하나같이 숨은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사람이며 동물이며 나무며 별이며 모든 것이 마치 상형 문자로 쓴 글과 같다. 브라보! 그리고 화 있을진저! 그 의미를 해독하고 그것들에 목소리를 부여하는 자들에게. 누구든 그것들을 바라보는 순간에는 이해할 수 없다. 그저 사람이며 동물이며 나무며 별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른뒤에, 너무 때가 늦어서야 비로소 그 숨은 의미에 다가서게 된다.’
‘이것이 진정한 행복이야. 아무런 야망도 없으면서 모든 야망을 품은 듯 끈질기게 일하는 것.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그들을 필요로 하지 않되 그들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 크리스마스를 맞아 거나하게 먹고 마시는 것. 그러고 난 뒤 모든 유혹에서 벗어나 혼자서 머리 위에는 별들을, 왼쪽에는 육지를, 오른쪽에는 바다를 소유하는 것. 그리고 갑자기 삶이 마음속에서 기적을 이뤄 냈다는 사실, 그래서 삶이 동화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그리고 그와 보낸 인간성 넘치는 날들을 기억해냈다. 조르바 옆에서 시간은 전혀 다른 맛을 냈다. 그와 함께하면 시간은 더 이상 단순한 사건들의 연속도 아니었고, 내 내면에서 풀리지 않는 철학적 문제도 아니었다. 그 시간은 내 손가락을 간지럽히며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아주 가는 뜨거운 모래였다.’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들에 압도당해 그 문제들을 몸으로 직접 겪으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그 또한 모든 것을 처음 보는 듯이 신기해하며 묻는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다 기적 같아서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나무와 바다, 돌, 새를 보면서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 기적들은 도대체 무엇인가? 하고 소리 지른다. 그리고 끊임없이 이 나무는, 이 바다는, 이 돌은, 이 새는 무슨 의미를 갖는 거냐고 묻는다.’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오래되고 낡고 조금만 술집들, 음식점들이 골목 틈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어요. 내가 지금 아름다운 곳에 '살아서' 이렇게 '걸으면서' 이것들을 '보고' 있다는 감각 하나하나가 너무 강하고 소중하고 절박해서, 가게마다 눈을 맞추고 골목에 아무렇게나 세워진 화분 하나하나를 들여다보고 숯불갈비가게 옆에서 달궈지고 있는 숯 가까이 가서 그 열감을 느끼고 가게의 이름들도 발음해보았어요. 누구보다도 똑똑해진 채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아버린 기분으로 집에 돌아와 이 글을 써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또 까먹게 되겠죠. 까먹기 전에 얼른 말할게요. 너무 사랑하는 언니가, 제가,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당신이 여기 있어요. 있을 때, 잘해야 해요.’
/신요조
‘우리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공평하게 나이를 먹어가기 때문이지. 어떤 나이대에 있건 간에 활약할 수 있 는 장을 최대한 확보하고 다양한 모습을 시도하는 노력은 이기적인 게 아니고, 오히려 서로의 가능성을 넓혀주는 일이라고 생각해.’
/임경선
‘가끔 네가 조금 덜 퍼주고, 더 못돼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너의 그런 개방성이나 차별하 지 않는 평등주의적 태도가 너만의 어떤 부드러운 결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해.’
/임경선
‘직감적으로 ‘아, 싫다’라고 느끼면 나를 그들로부터 격리해주는 것이 가장 본질적으로 ‘나를 사랑하는 법’이라고 생각해.’
/임경선
‘‘언젠가는 하겠지’하면서 막연히 나중으로 미루지도 않아. ‘아, 이거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냥 바로 해버려.’
/임경선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말을 참 좋아해요. 그리고 그 말이 정말 어려운 말이라는 것도 알아가는 와중이에요. 늘 깨어서 세상을 바로 보고 옳은 편에 서야 하지만, 옳은 편에 서 있으면서도 깨어 있어야 해요. 옳은 편에 섰다고 안심하면서 내가 뭘 잘못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옳은 편이라는 명분에 취해서 옳지 않은 편에 선 사람들보다 더 깜깜한 혐오 속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계속 나 자신을 의심하고 들여다보지 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신요조
‘모든 것을 1년 단위로 끊어서 살아. 늘 한 해 계획만 세우고 그다음 일은 생각하지도, 상상하지도 않아. 장기계획이나 그랜드 마스터플랜이나 평생을 걸 라이프워크, 이런 것도 생각 안 해봤어. 그저 현재와 향후 1년에만 관심을 가지고 그 안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해내고 챙길 것들을 최대한 심플하게 추려놓은 후, 그것들을 하나 하나 나사를 조여가고 기름칠을 해가면서 사는 느낌이야.’
/임경선
‘선택을 하지 않겠다는 선택, 지금은 이대로 가만-히 있겠다는 다짐도 어떤 상황에서는 대단한 의지와 중심을 필 요로 하는 것이더라.’
/임경선
홍진경 글
1.
’정신에게
취향과 감흥이 다른 여러사람 알면 뭐해.
그것은 자랑거리도 못되고 그저 불려다녀야만하니 몸만 피곤한것.
나는 성격이 좀 모가나도 삐짝해도 너의 파리한 손끝과 예민한 핏대에
순종하여 함께있는 시간이 달다.
그리하여 이제껏 본적없는 내가 된다.
이런것은 참 좋은것.
뭐라해도 달콤한 것.
네가 참 못됐어도 내가 취향과 감흥이 다른 여러 착한 사람을 알면 무엇해.
그것은 역시 자랑거리도 못되고 많은 이들 가운데에 외롭기만 그지 없다.’
2.
‘두부와 콩나물을 사고 부츠도 한켤레 사고 집에 들어와 저녁을 먹고
무한도전을 봅니다.
또 어떤날엔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되어 가라오케에도 갑니다.
빅뱅의 거짓말을 부르려다 실패하고 결국 사랑은 창밖에 빗물같아요를 부릅니다.
오늘은 오다기리조의 도쿄타워를 보고 고등어 자반을 사가지고 집에 돌아와 어제와 비슷한 시간에 저녁밥을 먹습니다.
자반은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두고 왠지 귀찮아 어제 먹다만 갈치를 다시 데워먹고 침대에 눕습니다.
독한술을 한 두잔하고 신문도 좀 보다가 잠에 듭니다.
저는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 뭐 늘 그렇죠.
그러다가도 잘 지내다가도 당신이 그리워 또 참을수가 없는 날이 있습니다.
어떤가요 당신이 계신곳. 그곳에도 바람이 부나요. 그곳에도 달이 뜨나요.
날아다니는 천사를 혹시 보았나요. 그렇게 그리워하던 어머니도 만났나요.
당신이 없는 저는 그래도 그런대로 씩씩하려고 노력해요.
저도 이제 어른이고 다 컸으니까요.
아버지. 그래도 가끔은 아이처럼 궁금해요.
지금 어디에서 무얼하고 계신지.
어쩔때는 그런게 막 궁금해서 하늘을 보며 아버지의 얼굴을 찾아 봅니다.
그곳에서는 밥을 안먹어도 배가 부른가요.
꽃밭도 과일나무도 시냇가도 있나요.
우리가 보이나요.
엄마하고 나하고 경한이가. 아버지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우리들이
보이나요.’
3.
‘하얀 쌀밥에 가재미얹어 한술뜨고 보니 낮부터 잠이 온다.
이 잠을 몇번 더 자야지만 나는 노인이 되는걸까.
나는 잠이들며 생각한다.
다시 눈을뜨면 다 키워논 새끼들이랑 손주들도 있었으면 좋겠다.
수고스러운 젊음일랑 끝이나고 정갈하게 늙는일만 남았으면 좋겠다.
그날의 계절은 겨울이였으면 좋겠다.
하얀눈이 펑펑 내려 온통을 가리우면 나는 그리움도 없는 노인의 걸음으로 새벽 미사에 갈 것이다.
젊은날 뛰어다니던 그 성당 문턱을 지나 여느날과 같은 용서를 빌고
늙은 아침을 향해 걸어 나올 때 그날의 계절은 마침 여름이였으면 좋겠다.
청명한 푸르름에 서러운 세월을 숨기우고 나는 그리움도 없는 노인의 걸음으로 바삭한 발걸음을 뗄 것이다.’
4.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살고 있는 이 성의없는 시대는
도무지 수고할 필요가 없는
이상한 시간속에 정체되어 있는 듯 하다
배고픈 낭만 시인
땀 흘리는 거장
고집스러운 장인은 어디에 있는가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뭐든 쉽게 알아버리고
가지고
편안하고
당연하고
이렇게도 쉽다
우리는 모나리자를 원판 뺨치게 칼라복사 하고
사카모토의 RAIN도 공짜로 다운받고
몇시간이면 유럽에 도착해 아침을 먹고
로빈슨크루소가 표류되었던 고독한 섬
야자나무 아래에서 살을 태운다
얻기 위해서
만나기 위해서
안부를 전하기 위해서
빨간 우체통 앞에 서야했던 시절은
이제 가고 없다
이집트로 가는 배삯을 마련하기 위해
일년이고 이년이고
유리그릇을 팔아본 적 없다
우리의 사랑은
더이상 위대한 개츠비 같지도 않다’
5.
‘정말 외로울 땐, 저 먼 브라질의 어떤 감옥
독방에 갇혀있는 죄수를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이러한 도시속,
사람들 속으로 걸어 나갈 수 있음을 기억합니다.
그러면 정말이지 위안이 됩니다.
어느 정도 위안이 되는 겁니다.
이런 식의 마인드컨트롤.
아플 때. 무서울 때. 또는 면접을 볼 때에.
떨리는 마음을 붙잡는 데에도
유용합니다’
6.
‘@@과도 같은 책을 제대로 읽기만 한다면
별의별 구차한 인생이 구제될 수가 있습니다.
나는 그런 것을 경험한 적이 있어요.
몇 권의 괜찮은 책을 정독함으로써 처지가 나아지는 경험을 말이지요.
많은 양의 글을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잠재된 영감과 직감을 건드려줄 몇 줄의 글이 필요할 뿐이지요.
그리고 제 경험상 그러한 글은 어떤 이에게는 좋고 어떤 이에게는 좋지 않은 그런 게 아니라
한결같이 누구에게나 자욱을 남겨버리는 필연의 무게가 있는 생명체라는 겁니다.
어떤 문장은 분명히 그러합니다.만은
그러나 그런 보석을 발견하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더 한심한 활자들을 뒤적여야 한답니까.’
홍진경이나 유지혜 작가의 글들은 읽다보면 마음의 벅차오름이 있다.
군더더기 없이 담백한 문장들이 오히려 깊은 울림으로 갈증난 마음을 채운다.
The Films of Hirokazu Koreeda
마태복음 5:3-12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
나로 말미암아 너희를 욕하고 박해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
너희 전에 있던 선지자들도 이같이 박해하였느니라’
세상은 복을 외적 성공이나 물질로 여긴다. 하지만 예수님은 다르게 말씀하셨다.
‘심령이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 ‘온유한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마음이 청결한 자’, ‘화평하게 하는 자’. 그들이야말로 참된 복을 얻는 길 위에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가치.
그 복은 모두 마음 깊은 곳, 진심에서 비롯될 것이다. 우리가 쉽게 놓치는 것들.
세상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세상이 말하는 복을 좇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국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던,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게 되는 걸까?